차마심서/차밭과 내 야그

비오는 초겨울의 주일 오전

긴 봄 2007. 12. 2. 10:42

처가의 온식구들이 모두 모여 김장을 하시느라 매우 분주한 가운데 어제와 그제 김장꺼리를 준비해준 나는 한가하여 차밭으로 출근하여 간밤의 숙취를 진한 흑차(발효시킨 홍차의 본래 이름)향에 날려 보낸다.

오랫만에 스산한 겨울비가 소리없이 대지를 시나브로 적셔준다. 참 오랫만에 오는 비인데도 가을부터 시작된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무척이나 인색한 비다.

차나무 사이를 다니며 먹이를 찾아먹는 닭들이 비가 싫은가 보다 모두 닭장에 들어와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듯하다. 내년 3월까지 몇 마리가 남아 알을 품고 앉아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며 3월중순에 올 봄눈과 설중매 난향 그리고 차향이 어우러진 차밭을 그리며 엷은 안개에 싸여 몽환의 자태를 연출한 차밭을 넓은 창밖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