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13

새 두루미식구

새로운 산책길을 만들면서 그곳에 새로 만든 두루미솟대를 세울 계획했다. 후텁한 장마 기온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서 오후 늦게 세우기 작업을 했다. 솟대의 장대는 역시 노간주나무가 좋다. 가늘고 질기기 때문에 일자 빠루로 뚫은 구멍에도 잘 들어가고 부안 바다에서 물 때마다 불어오는 어지간한 강풍에도 흔들거리면서 잘 견딘다. 새로 세운 장대들이 때를 벗지 못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잔뜩 흐린 구름사이로 뜨건 햇볕이 내리 쬔다. 이 작품은 머리를 빌려 왔다. 산길에 굴러다니던 것을 주워 와 그대로 장대에 끼웠다. 생긴대로 깍고 산책길을 찾기 수월하게 마주보고 서서 치유를 바라는 두루미들이 아직도 많이 필요하다. 변산제다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소원을 잘 들어 주라고 두루미솟대들을 많이 많이 세워야겠다.

백만송이의 그리움

기나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산야의 쓰레기는 많이 정화되었다. 인간 사이에 자리한 코로나는 어느새 주인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모든 행사를 주관한다. 시원함을 느끼는 날씨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뚜렷해진 아열대성 기후로 장마철이 아닌데도 비는 스콜처럼 꾸준히 내린다. 석산도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차밭의 산책로를 비롯하여 여기 저기에서 가녀린 모습으로 붉은 정념을 하나 둘 보이고 있다. 올해 석산꽃이 시들면 차밭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태양광에 석산 구근과 맥문동 묘목을 심어 아름다운 발전소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