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이야기 듣기를 아주 좋아하였다. 아주 오래 전에
할머니가 해 주신 오래전 동학들이 우리 고장에 와서 새로운 좋은 일을 하다가
일본놈들의 기습을 받아 60명이 한꺼번에 조그만 개울을 건너다가 몰살을 당한 자리이기에
신작로의 다리 이름이 예순다리라고 부른다며 다리 부근 개천을 따라 붉게 피어 오른
꽃무릇을 보시던 슬프디 슬픈 얘기.
오래전에 어머니가 해 주신
보도연맹에 연루된 종조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는데 7월 어느날 경찰서에 잡혀 갔다가
하루는 집엘 오셨는데 일제때 함께 야학을 했던 순경이 집에 가서 목욕도 하고 옷도 깨끗하게
입고 오라며 집으로 보내 주었다며 형수와 조카 며느리의 만류도 뿌리치고 당신 마누라 배웅을 받으며
다시 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서 다음 날 두 손 철사줄로 묶인 채 1000여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산 구릉 하나를 붉은 연못으로 만들었다는 씁쓸한 얘기
그 해 가을 검둥이 도깨비 코큰 도깨비같은 놈들이 오는데 남자는 무조건 총으로 쏴 죽이고
여자는 강간한 후에 죽인다는 소문에 바다쪽 큰산으로 남부여대하고 피난 간 민간인들을
하루 종일 비행기로 폭격하고 기총사격하여 산 전체가 흰색과 붉은색으로만 채색시켜버렸다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
겨울 초입에 불갑 용천지구의 토끼몰이 작전으로 내가 국민학교 6학년때까지 미수거 해골들이
남아 있을 정도로 치열한 상잔의 붉은 흔적들
지금은 이만큼의 시절이 되면
꽃무릇 축제를 불갑산과 용천산에서 각기 다른 지자체에서
개최한다. 동학에서 그날까지의 붉디 붉은 한을 품은 꽃무릇의 기다림을 알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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