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 정사암기는 교산이 전북 함열로 유배를 와 있는 동안에 지은 것으로 알려진 성소부부고를 형성하고 있는 단편이다.
부안에서 일년을 채 살지 않았지만 교산은 이곳 부안에서 후반부 몇 년의 생을 제외한 전 생애에 대해 정리한 듯하다.
중수정사암기(重修靜思菴記)-허균(許筠)
扶安縣海上有邊山(부안현해상유변산) : 부안현(扶安縣) 남서쪽 해안으로 변산(邊山)이 있고
山之南有谷(산지남유곡) : 변산의 남쪽에 골짜기가 있는데
曰愚磻(왈우반) : 우반동이라 한다.
縣人府使金公請擇其勝處築菴(현인부사김공청택기승처축암) : 그 고을 출신 부사(府使) 김공 청(金公淸)이 경치가 빼어난 곳에 터를 정하여 암자를 짓고
名曰靜思(명왈정사) : 정사(靜思)라 이름지어,
以爲暮年娛息之所(이위모년오식지소) : 늙으막에 이곳에서 휴식을 즐기고자 하였다.
余嘗以使事往來湖南矣(여상이사사왕래호남의) : 나는 일찍이 사명을 받들어 호남을 왕래하였는데,
飽聞其勝而未之覩焉(포문기승이미지도언) : 그곳의 경치에 대해 소문은 많이 들었으나 미처 보진 못하였다.
余素不樂榮利(여소불악영리) : 나는 본시 영예와 이익을 좋아하지 않아,
每有向平之志(매유향평지지) : 매양 상자평의 뜻을 지녔으나,
願尙未果(원상미과) : 그 소원을 아직도 이루지 못하다.
今年罷公州(금년파공주) : 금년에 공주목사에서 파직당하였다.
決意南歸將卜居于所謂愚磻者(결의남귀장복거우소위우반자) : 장차 남쪽으로 돌아가서 우반이란 곳에 집 짓고 살 결심을 하였다.
金公之子進士登者曰김공지자진사등자왈) : 김공의 아들 진사(進士) 등(登)이란 이가,
吾先君之弊廬(오선군지폐려) : "우리 선군(先君)의 폐려(弊廬)가 있으나
在孤不克守(재고불극수) : 저는 지킬 수가 없으니,
願公重理而居之(원공중리이거지) : 공이 수리해서 그곳에서 지내시기 바랍니다."하였다.
余聞而樂之(여문이악지) : 나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遂與高君達夫及二李聯轡往看之(수여고군달부급이리련비왕간지) : 마침내 고 달부 와 두 이씨 형제와 함께 말고삐를 나란히 하고 그 곳에 가 보았다.
竝浦澨有微逕(병포서유미경) : 해변을 따라서 좁다란 길이 나 있는데,
迤行入洞(이행입동) : 그 길을 따라가서 골짜기에 들어서니
有溪鳴如玦環(유계명여결환) : 시내가 있어 그 물 소리가 옥 부딪는 듯
潺潺而瀉于莽中(잔잔이사우망중) : 졸졸거리며 수풀 속에서 흘러 나왔다.
沿溪不數里(연계불수리) : 시내를 따라 몇 리 채 못 가서
則山開而曠陸矣(칙산개이광륙의) : 산이 열리고 육지가 트였는데,
左右峭峯(좌우초봉) : 좌우의 가파른 봉우리는
如鳳翥鸞翔不可數(여봉저란상불가수) : 마치 봉황과 난새가 나는 듯 높이를 헤아리기 어려웠고,
東麓松檜萬株參天(동록송회만주참천) : 동쪽 산기슭에는 늙은 소나무 만 그루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余與三君直詣所卜之地(여여삼군직예소복지지) : 나는 함께 한 세 사람과 곧장 거처할 곳으로 나아가니
東西爲三阜(동서위삼부) : 동서로 언덕 셋이 있는데
而中最盤互(이중최반호) : 가운데가 가장 반반하게 감아돌고
有竹數百竿(유죽수백간) : 대나무 수백 그루가 있어
蔚然蒼翠(울연창취) : 울창하고 푸르러
尙辨人家廢址(상변인가폐지) : 상기도 인가의 폐허임을 알 수 있었다.
南眺大海泱漭(남조대해앙망) : 남으로는 드넓은 대해가 바라보이는데
金水島當其中(금수도당기중) : 금수도(金水島)가 그 가운데 있으며,
西偏林藪叢鬱(서편림수총울) : 서쪽에는 삼림이 무성하고
有西林寺(유서림사) : 서림사(西林寺)가 있는데
僧數人在焉(승수인재언) : 승려 몇이 살고 있었다.
步由溪東以躋(보유계동이제) : 계곡 동쪽을 거슬러 올라가서
經古社樹(경고사수) : 오래된 당산나무를 지나
至所謂靜思菴者(지소위정사암자) : 소위 정사암이란 데에 이르니,
菴僅四間(암근사간) : 암자는 방이 겨우 네 칸이었다.
構於崖石上(구어애석상) : 바위 언덕에다 지어 놓았는데,
前俯澄潭(전부징담) : 앞에는 맑은 못이 굽어보이고
三峯岌然對峙(삼봉급연대치) : 세 봉우리가 높이 마주 서 있었다.
飛瀑瀉於靑壁(비폭사어청벽) : 나는 폭포가 푸른 절벽에 쏟아져
沈沈若白虹(침침약백홍) : 흰 무지개처럼 성대하였다.
來飮于澗(래음우간) : 시내로 내려와 물을 마시며,
余四人散髮解衣(여사인산발해의) : 우리 네 사람은 산발(散髮)하고 옷을 풀어헤친 채
踞於潭石上(거어담석상) : 못 가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秋花纔發(추화재발) : 가을꽃이 살짝 피고
楓葉半丹(풍엽반단) : 단풍은 반쯤 붉었는데,
夕陽在岫(석양재수) : 석양이 산봉우리에 비치고
天影倒水(천영도수) : 하늘 그림자는 물에 거꾸로 비친다.
俯仰嘯詠(부앙소영) : 굽어보고 쳐다보며 시를 읊조리니,
翛然有塵外趣(소연유진외취) : 금새 티끌 세상을 벗어난 느낌이어서
若與安期羨門游戲於三島也(약여안기선문유희어삼도야) : 마치 안기생, 선문자와 함께 삼도에서 노니는 것 같았다.
余竊自幸乞身於康健之日(여절자행걸신어강건지일) :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다행히 건강할 때 관직을 사퇴함으로써,
以償宿計(이상숙계) : 오랜 계획을 성취하고
又得棲遁之所(우득서둔지소) : 또한 은둔처를 얻어
以佚吾身(이일오신) : 이 몸을 편케 할 수 있으니,
天之報汝(천지보여) : 하늘이 나에 대한 보답도
亦豐矣(역풍의) : 역시 풍성하다고 여겼다.
何物軒裳(하물헌상) : 소위 관직이 무슨 물건이기에
敢爾調人(감이조인) : 사람을 감히 조롱한단 말인가.
主倅沈君德顯(주졸침군덕현) : 고을원인 심군 덕현(沈君德顯)이
以菴廢無護者(이암폐무호자) : 암자는 피폐하는데 보호하는 이가 없음을 보고,
募僧三人(모승삼인) : 승려 세 사람을 모집하여
貤米鹽若干斛(시미염약간곡) : 쌀과 소금에 약간 섬을 더해 주고
伐材以葺之(벌재이즙지) : 목재를 베어 수리하게 한 뒤
免官役(면관역) : 관역(官役)을 바꾸어
責其居守(책기거수) : 거기에 머물러 지킬 것을 책임지웠다.
菴由是而復舊云(암유시이부구운) : 암자는 이로 말미암아 복구되었다 한다.
'꽃 찾아 길 따라 > 전북과 부안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수대 (0) | 2010.08.19 |
---|---|
부안 하늘 바라보기 (0) | 2010.07.23 |
부안을 사랑한 교산 허균의 발자취 (0) | 2010.06.29 |
우리 동네 튜립밭은 (0) | 2010.04.27 |
+개암사 가는 길 (0) | 2010.04.18 |